1. 들어가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회사의 이사들이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자에게 신주를 발행하거나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방어를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법상 이사들은 회사에 대하여 충실의무를 부담하는데  당시 상황에서 적대적인 세력에 의한 경영권 확보 시도를 방어하는 것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그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이 반드시  충실의무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영권 방어행위와 관련하여 이사들이 전적으로  중립적이기 어려운 지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사들로서는  회사나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단지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기 위하여 방어행위를 할 유인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상충의 문제에 주목하여 우리 법원은 상법 개정 전에도, 만약 이사가 자신의 지위 보전을 위하여 방어행위를  한다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9. 9. 26. 선고 2016나2063874 판결1).

한편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사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의  관점에서 경영권 방어행위의 적법성 여부가 논의되어 왔습니다. 오늘은 경영권 방어행위의 한계와 관련하여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의 판결에 나타난 두 개의 대표적인 판단 기준을 살펴보고, 개정 상법 하에서 우리  상법의 해석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2. Unocal 기준2의  내용과 그 의미

(1) 사실관계

1985. 4. 8. Mesa Petroleum Co.(이하 ‘Mesa’)는 Unocal Corp(Union Oil Company of  California, 이하 ‘Unocal’) 주식의 37%에  해당하는 6,400만 주를 주당 54달러로 공개매수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당시 Mesa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Pickens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Unocal의 풍부한 현금자산을 차지할 목적으로 사전에 Unocal의  주식 13%를 매집한 후 Unocal 주주들을 상대로 공개매수를  시도한 것입니다. Mesa는 1단계로 Unocal 발행주식의 약 37%에 해당하는 주식을 주당 54달러에 현금으로 매수하고, 2단계로 나머지 주식(49%)을 고위험수익채권(junk bond)을 대가로 하여 취득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에 Unocal 이사회는  1985. 4. 13. 전체 14인의 이사 중 13인이  출석하여 9시간 반 동안 Mesa의 공개매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였습니다. 이사회에서는 공개매수 가격이 최소 60달러는  되어야 하기 때문에 Mesa의 공개매수 제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Mesa가 2단계에서  대가로 교부하기로 한 채권의 실제 가치가 Mesa가 제시한 가치에 훨씬 미달하기 때문에 Unocal 주주들은 2단계 보다는 1단계에서 먼저 공개매수에 응해야 할 것이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coercive bid). 이후 8인의 사외이사만 별도로 회합을 하였고, 사외이사들은 만장일치로 Unocal의 이사회가 Mesa의 공개매수를 방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그 방법은 Mesa의  공개매수에 대항하여 조건부로(Mesa보유주식은 제외)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self tender offer). 이후 Unocal은 약 30% 주식을 주당  72달러에 공개매수하되 Mesa가 보유한 주식은 제외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에 Mesa는 델라웨어  Chancery 법원에 Unocal 이사회가 취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구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Mesa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이에 Unocal이 대법원에 항소하였고, 대법원은 형평법원의 인용결정을 파기하였습니다.

이사회는 전체 주주 및 회사를 보호할 의무에 근거하여 경영권 방어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며, 제3자가 공개매수를 시도하는 경우 이사회는 그것이 “회사와 주주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사는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이사의 지위를 상실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에 대한 방어 행위와 관련하여 중립적인  지위에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이사의 내재적 이익충돌(inherent  conflict) 상황을 고려하여 법원은 이사에게 경영판단원칙보다 훨씬 강화된 의무(enhanced  duty)를 부과하는 새로운 기준을 고안해냈고, 그것이 바로 Unocal 기준입니다. Unocal 기준은, ① 제3자의 주식보유로 인하여 “회사 정책과 효율성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고[위협(threat)의 존재], ② 방어조치가 그러한 위험에 비하여 합리적이라는 점[방어수단의 상당성(proportionality)]을 증명한 경우에만 방어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Mesa의 강압적인 2단계 공개매수를 방어하기 위한 Unocal의 차별적 공개매수는 위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Unocal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결의하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에서 Mesa의 공개매수가 회사와  주주의 최선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3) 해설

Unocal 판결은 경영권 방어행위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확립한 선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Unocal 기준은 이후 미국 법원의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이른바 불독소스 판결과 경제산업성의 매수방어지침 등(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 하급심  법원 결정례 중에도 Unocal 기준과 같이 방어행위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예가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03. 12. 12. 자 2003카합369 결정, 서울북부지방법원 2007. 10. 25. 자 2007카합1082 결정).

Unocal 기준이 외부자의 주식취득을 억제하는 방어책에 대한 것이라면, 이하에서 설명드릴 Blasius 기준은 주주의 이사 선임에  관한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이사회의 간섭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3. Blasius 기준(Blasius 판결과 MM판결)3의  내용과 그 의미

가. Blasius 판결4

(1) 사실관계

Blasius는 Atlas 주식 9.1%를 취득한 후 Atlas의 구조조정과 경영권 확보에  착수하였습니다. Blasius는 주주총회에서 Atlas의  이사 정원을 기존 7명에서 정관상 최대한도인 15인으로 확대하고  자신이 지명한 8명의 후보자를 이사로 선임하겠다고 Atlas에  통지하였습니다. 그 통지를 받은 Atlas사는 바로 비상이사회를  개최하여 2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하였고, 이로 인해 Blasius의 이사회 장악시도가 저지되었습니다.5 그러자 Blasius는 위 추가 이사 선임의 무효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Blasius는, 이사회가 신규 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하여 Blasius의 이사회 장악을 좌절시킨 것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충돌 상황에 놓인 이사들이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Atlas는 이사회의 추가 이사선임은 실제로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Blasius의 재무구조개편 시도로부터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의로(in good faith) 행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이사회에 의한 추가 이사선임의 주된 목적이 과반수 주주가 이사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설사 이사회의 조치가  사익이 아닌 회사이익을 위한 것인 경우에도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6

Blasius 기준은, “이사회의 행위가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간섭하거나 이를 방해하는 것을 주요 목적(primary purpose)로 하는 것이고, 주주에게 실효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완전하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 이사회가 그런 행위를 강력하게 정당화하는 사유(a compelling  justification)를 증명하지 못하면 무효”라는 내용입니다. 이는 지배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자가 제시한 사업계획이 회사에 해를 끼친다고 이사회에서 선의(in good faith)로 판단하고, 이를 막기 위해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간섭하는 수단을 취한 경우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Blasius 사건의 Allen 판사는 추가 이사 선임이 이사들의 사익을  위한 것이라는 원고(Blasius) 주장은 배척하면서도, 그와  같은 이사회 조치가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사회의 방어조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무엇이 회사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주주보다 이사회가 더 잘 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Allen 판사는 다른 사항은 몰라도 누구를 이사로 선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주주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Blasius의 구조조정안이  비현실적이어서 회사와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회사 자금을 이용해서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간섭하는 것까지는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7

나. MM판결8

(1) 사실관계

Blasius 판결이 설시한 기준은 이후 2003년 델라웨어주 대법원의 MM판결에서도 재확인되었습니다. 사안을 간단히 설명하면, MM은 Liquid Audio(이하 ‘LA’) 주주로 LA 주식에 대한 자신의 매수제안이 LA 이사회에서 거절되자(제3자와의  합병을 추진), 추가 이사의 선임을 통하여 LA의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하였습니다. LA는 시차임기제(staggered  board)를 채택하고 있었고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기존 이사 5명 중 2명의 교체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MM이 이사 후보자를 제안하자  LA 이사회는 Blasius 판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사  정원을 7명으로 확대하고 즉시 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하였습니다.9 이에 MM은 LA 이사회의 이러한 이사선임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이사회가 추가로 2명의 이사를 선임한 것은 그 주요 목적이  MM이 제안한 후보가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경우 해당 이사의 이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데 있다고 보고, Blasius 기준이 아닌 Unocal 기준 하에서 합법적인 방어책이라고  인정하였습니다. 형평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2명의 추가 이사의  선임 후에도 MM은 여전히 주주총회에서 2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10

그러나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이는 이사 선임에 관한 주주의 의결권의 실효성(effectiveness)에 간섭하고 방해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고, Blasius 기준을 적용하여 LA 이사회에 의한 추가 이사선임을 무효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다. 해설

Blasius 기준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간섭하는 이사회의 방어조치는 보다 더 강력한 정당화 사유가 요구됨을  보여줍니다. 그 근거로는 (i) 이사를 선임할 권한은 주주들에게  있다는 점(주주의 표결이 이사 권한의 이념적 기초), (ii)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간섭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사회의 방어행위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간의 권한 분배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4. 시사점

개정 상법  제383조의3 제2항  후문은 이사에게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은 개정 상법 시행 초기라서 법원의 판결도 없고 학설 또한  정립되어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사의 경영권 방어행위는 논리 필연적으로 인수시도자인 주주에 대한 차별적  취급을 전제로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서 언제나 경영권 방어행위가 위와 같은 이사의 공평대우 의무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수시도자인 주주에 대한 이사의 차별적 취급이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와의 관계에서 어떠한 상황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지, (Unocal 기준, Blasius 기준과 같은) 우리 법원의 해석 기준의 정립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재>

  1. 미국의 이른바 MFW 기준(MFW 판결과 Match 판결)
  2. 이익충돌거래에 관한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 §144의 전면 개정
  3.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관련 판결
  4. Unocal 판결과 Blasius 판결
  5. 기업인수에 관한 일본의 최근 판결례와 soft law

 

1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의 제2심.
2 Unocal Corp. v. Mesa Petroleum Co., 493 A. 2d 946, 954-56 (Del. 1985).
3 Blasius Indus., Inc. v. Atlas Corp., 564 A.2d 651(Del. Ch. 1988).
4 김건식, “주주와 이사회 사이의 권한배분”, 상사법연구 제39권 제2호(2020) 참조
5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따르면, 이사 수에 공석이 발생한 경우(정원을 증원하여 공석이 발생한 경우 포함) 현직 이사의 다수결에 의하여 새로 이사를 선임하여 공석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8 Del. C. § 223 (a) (1)).
6 김건식, 전게 문헌, 17면 참조. 여기서의 ‘과반수 주주’는 Blasius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일반론으로서 언급된 것입니다. 당해 사안에서 Allen 판사는 9% 주주에 불과한 Blasius는 주주이익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갖지 못하였고, 이사회는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Atlas 이사회의 이사 추가 선임을 무효로 판단하였습니다.
7 Allen 판사는 이사회가 추가 이사 2인을 선임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주주가 8명의 이사가 아닌 6명의 이사밖에 선임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을 이사 선임에 관한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간섭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8 MM Companies, Inc. v. Liquid Audio, Inc., 813 A.2d 1118(Del. 2003.)
9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따르면, 이사에 공석이 발생한 경우(정원을 증원하여 공석이 발생한 경우 포함) 현직 이사의 다수결에 의하여 새로 이사를 선임하여 공석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8 Del. C. § 223 (a) (1)).
10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는 5명 중 2명의 교체가 이루어질 예정이었고, MM사는 후보자 제안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LA사 이사회는 부칙(by-law)을 개정하여 이사 정원을 7명으로 하고 즉시 2명을 보충하였습니다. 그러나 형평법원은 이사회가 정원을 늘려 현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자들로 정원을 채웠다고 해도 어쨌든 주주는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당초에 정해진 인원(2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으므로, 형식적으로는 주주의 의결권에 대한 간섭이나 침해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이러한 행위는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지지를 얻어 새로 선임되는 이사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누구에게 회사를 경영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주주의 판단에 간섭과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를 무효라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