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이하 “내부통제등”)의 집행 및 운영에 관한 임원의 책임을 사전에 정하는 책무구조도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국내 책무구조도 제도는 영국의 고위 경영진 및 인증제도(Senior Managers and Certification Regime; 이하 “SM&CR”)을 비롯한 주요국의 임원 책임체계를 참고하여 도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은 약 10년간 SM&CR 제도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고위 경영진의 책임에 관한 사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책임의 실질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승인·인증·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 뉴스레터에서는 국내 책무구조도 제도의 주요 참고모델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SM&CR 제도 및 그 주요 개편 내용을 소개한 다음, 국내 제도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영국 SM&CR 제도의 개요
영국의 SM&CR 제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회사에서 금융사고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고위 경영진 각자의 책임소재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책임의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2016년 도입되었습니다. SM&CR 제도는 ① 고위 경영진의 직무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Senior Managers Regime, ② 주요 임직원의 적격성을 심사·인증하는 Certification Regime, ③ 고위 경영진 및 일정 범위의 임직원에게 적용되는 행위준칙을 정하는 Conduct Rules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우리의 책무구조도 제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Senior Managers Regime에 포함된 고위 경영진 책무의 문서화입니다. 영국의 금융회사는 각 고위 경영진에게 부여된 책무를 Statement of Responsibilities(이하 “SoR”)에 기재하고, 일정한 업권·규모 요건을 충족하는 회사(예: SMCR banking firm, 일정한 SMCR insurance firm 및 enhanced scope SMCR firm)는 이에 더해 회사 전체의 책임 배분 및 보고체계를 Management Responsibilities Map(이하 “MRM”)로 정리해야 합니다.
SoR과 MRM은 기능적으로 국내 제도상의 임원별 ‘책무기술서’와 회사 전체의 ‘책무체계도’에 각 대응하는 것으로, 개별 임원의 담당 책무와 회사 전체의 책임구조를 사전에 문서화하고 책무의 귀속을 사전에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2. 영국 SM&CR 제도의 2단계 개편
가. 제도 개선 배경
SM&CR은 도입 이후 고위 경영진 각자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금융회사 내 책임문화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약 10년간의 운영 경험을 통해, 반복적인 보고·승인 및 지속적인 행정관리와 같은 일부 절차는 그 실질적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아니한 채 상당한 행정부담만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영국 재무부와 금융감독당국은 고위 경영진 책임 체계의 핵심은 유지하되 불필요한 규제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두 단계에 걸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단계 개편은 법률 개정 없이 감독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2026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2단계 개편은 법률 개정을 전제로 「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Bill」에 반영되어 심의 중입니다.
나. 1단계 개편의 주요 내용
1단계 개편은 고위 경영진에 대한 책임 배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문서 제출과 보고·승인 등 절차에 수반되는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중 국내 책무구조도 제도와 관련성이 높은 Senior Managers Regime의 주요 개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기존 제도 | 개편 내용 |
|---|---|---|
| SoR 및 MRM 제출 방식 | 변경 시 ‘지체 없이’ 변경본 제출 | 최대 6개월 단위로 변경본 일괄 제출 허용 (단, 회사 내부 문서는 항상 최신본으로 유지 필요) |
| 임원 공백 시 직무대행 | 임시 또는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부재·이탈 시, 대체자는 ‘12-week rule’에 따라 12주 미만 범위 내에서 감독당국의 사전승인 없이 직무대행 가능. 12주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사전 승인 필요. | 임시 공석·부재가 12주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12주 이내에 직무대행 승인 신청만 하면 감독당국의 사전 승인이 없더라도 12주를 초과하여 대체자의 직무대행 가능 |
| Enhanced SMCR Firm 지정 기준금액 조정 | 회사의 규모와 업무 복잡성 등에 따라 강화된 책임배분·문서화 요건 적용 | Enhanced SMCR Firm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일부 재무 기준금액 30% 상향, 5년마다 물가변동 반영하여 기준금액 조정 |
다. 2단계 개편 추진안
1단계 개편이 현행 법률의 틀 안에서 보고·인증 등 의무의 이행방식을 간소화한 것이라면, 2단계 개편은 법률상 규제 자체를 보다 유연하게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Certification Regime, SoR 작성·유지·변경, Conduct Rules 위반 통지 및 의무교육 등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법률이 아닌 감독규정에서 정하도록 함으로써 감독당국이 보다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3. 국내 책무구조도 제도에 대한 시사점
국내에서도 업권 및 자산규모 등에 따라 각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 제출기한이 순차적으로 도래하면서, 금융회사들의 관심은 책무구조도의 작성·제출 자체에서 실제 책무 배분에 따른 임원의 관리조치와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통제 운영체계를 어떻게 실효적으로 정착시킬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영국의 이번 SM&CR 제도 개편은 고위 경영진의 책임 강도를 유지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보고·승인 등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향후 국내에서도 임원의 내부통제등 관리의무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치는 강화하되, 중복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절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 책무구조도의 상시 관리와 대외 제출 절차의 구분
금융사지배구조법 제30조의3은 대표이사등이 책무구조도를 마련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이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행령 제25조의3 제5항은 책무를 배분받은 임원의 변경, 임원 직책의 변경 및 임원 책무의 변경·추가에 따라 책무구조도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임원 직책 명칭 등 경미한 사항의 변경을 제외하고, 이사회 의결을 받아 변경된 책무구조도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한 조직개편이나 임원 인사 때마다 이사회 의결 및 금융당국 제출절차가 필요하므로 금융회사에 상당한 행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국내에서도 영국 사례와 같이, 책무구조도의 관리 및 변경은 이사회 의결을 포함하여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되 감독당국 제출은 일정 기간 단위로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 일시적인 임원 직무대행 체계 운영에 따른 행정적 부담 완화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책무구조도상 각 책무별로 담당 임원이 반드시 존재하여야 하고 하나의 책무를 복수의 임원에게 배분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임원의 휴직·사임·해임 등에 대비하여 유고 시 해당 책무를 배분받을 임직원을 미리 정하고, 이를 책무구조도에 반영하여 이사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금융위원회, “책무구조도 등 개정 지배구조법령 해설서(2024.7월)”].
한편, 금융당국은 직무대행 변경은 임원의 변경이 아니므로 책무구조도 변경 제출 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i) 직무대행 변경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친 책무구조도 변경이 바람직하다거나 (ii) 직무대행의 자격요건 미충족 시에는 책무구조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임원의 변경이 아니어서 책무구조도 변경 제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직무대행 변경만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친 책무구조도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행정적 부담이 상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무대행자를 책무구조도에 기재하지 아니하고 유고 시 일정 기간 이내에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직무대행 체제를 운영하는 것을 인정해 주되, 대행기간이 일정 기간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만 이사회 의결 및 금융당국 제출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통하여 일시적인 임원 직무대행 체계 운영에 따른 행정적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 책무구조도 적용범위 및 관리방식의 조정
영국은 2026년 1단계 개편에서 enhanced scope SMCR firm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일부 재무적 기준을 30% 상향하고, 향후 5년마다 물가변동을 반영하여 기준을 조정하는 체계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경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규제대상의 적정성을 유지하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내 책무구조도 제도는 업권과 자산규모에 따라 책무구조도의 도입 시기를 단계적으로 달리 정하고 있으나, 영국의 경우에는 회사의 규모나 업종에 따라 SoR 작성만 요구되는 회사와 MRM 작성이 함께 요구되는 회사를 구분하여 차등적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에는 회사의 규모나 업종, 업무 복잡성, 조직구조 등을 고려하여 요구되는 책무구조도의 유형이나 작성 방식, 관리조치의 구체적인 이행방법 등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4. 맺음말
영국의 SM&CR 제도 개편은 약 10년간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시행과정에 나타난 불필요한 절차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감독당국이 보다 유연하게 SM&CR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책무구조도 제도 또한 도입·제출 단계에서 실제 운영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위와 같은 해외의 제도 운영 경험을 참고하여 운영 과정에서 확인되는 불필요한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 금융규제그룹은 책무구조도 작성 및 변경, 임원의 관리조치 이행체계 구축,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 및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금융감독당국의 검사·제재 대응 등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관련한 다양한 자문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국 SM&CR 제도 개편 및 국내 책무구조도 운영과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요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