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지난 달에는 경영권 방어행위의 한계와 관련하여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의 대표적인 판단 기준(Unocal, Blasius)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같은 주제로 일본의 대표적인 판결과 함께 경제산업성이 2023. 8. 31. 발표한 「기업매수에서의 행동지침(이하 ‘매수행동지침’)」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본 뒤, 우리 상법의 해석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2. 일본방송 판결1
(1)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후지TV는 같은 그룹 소속인 일본방송(채무자 및 항고인)의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시작하였습니다. 라이브도어(채권자 및 피항고인)는 당초 일본방송의 발행주식 약 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후지TV의 공개매수 기간 중 시간외 거래로 일본방송 주식을 매수하여 약 35%를 보유하는 주주가 되었고, 그 이후에도 일본방송 주식을 계속 매수하였습니다. 일본방송은 이사회에서 대량의 신주예약권을 후지TV에 발행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이 신주예약권이 모두 행사되는 경우 발행되는 주식 수는 일본방송 기발행주식 총수의 약 1.44배에 해당하고, 이것이 행사되는 경우 라이브도어의 일본방송 주식의 보유비율은 약 42%에서 약 17%로 감소되는 한편, 후지TV의 보유비율은 신주예약권 행사로 취득하는 주식수만으로 약 59%가 됩니다. 이에 라이브도어는 일본방송의 신주예약권 발행이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에 따른 발행이라 주장하여 신주예약권 발행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2005. 3. 11. 라이브도어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일본방송은 이 가처분결정에 대해 즉시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도쿄지방재판소는 2025. 3. 16. 이를 기각하고 가처분결정을 인가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어 도쿄고등재판소도 일본방송이 제기한 즉시항고를 기각하였고 위 인가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2) 본 결정의 의의
본 결정의 의의로는 다음의 네 가지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첫째, 본건은 경영지배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의 신주예약권 발행이 불공정발행에 해당하는지가 다툼이 된 첫 사건으로, 도쿄고등재판소는 신주의 제3자배정(이나게야·츄지쓰야 사건, 도쿄지방재판소결정 1989. 7. 25. 판례시보 1317호, 28면)과 동일하게 ‘주요 목적규칙’이 적용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둘째, 주요 목적규칙의 운용에 관해서는 종래 학설상의 다툼이 있었고, 크게 (i) 권한분배질서론(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주주라는 주식회사의 권한분배질서를 전제로 하면 회사의 지배권을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이사가 해당 싸움에 개입할 목적으로 특정한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불공정발행에 해당한다는 입장)과 (ii) 경영판단원칙적용설(지배권 쟁탈의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이사는 경영판단에 따라 지배권 유지를 위한 제3자배정증자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 대립하였습니다. 본 결정은 “이사의 선임·해임은 주주총회의 전결사항”인 이상 “선임된 이사가 선임자인 주주 구성의 변경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신주 등의 발행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기관권한의 분배를 정한 입법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이른바 기관 권한분배 질서론)”고 설시하여, 기본적으로 권한분배질서론 입장에 서 있습니다.
셋째, 본건은 종래 판례와 달리, “주주 전체의 이익 보호”라는 관점에서 방어수단으로서의 신주예약권 발행이 정당화되는 4가지 유형2을 제시한 것이 특징적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인수까지 저해하는 결과에 이르지 않도록 이 4가지 유형을 합리적으로 제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유력합니다.
넷째, 마지막으로 본 결정에 따르면, 주주 전체의 이익 보호라는 관점에서 방어조치로서의 신주예약권 발행이 허용되는 사유가 존재한다는 증명책임은 회사 측이 부담합니다. 즉 매수자(본건에서는 라이브도어) 측에서 신주예약권 발행이 경영지배권을 확보할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것임을 증명하면, 회사측이 신주예약권 발행이 4가지 유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며 또한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에서 수행되고 있음을 소명 또는 증명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3. 불독소스 판결3
(1)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Steel Partners Japan Strategic Fund (Offshore) LP(채권자, 원항고인, 항고인; 이하 ‘스틸파트너스’)는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펀드이며, 2007. 5. 18. 불독소스 주식회사(채무자, 원상대방, 상대방; 이하 ‘불독소스’)의 기발행 주식 총수의 10.25%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스틸파트너스는 2007. 5. 18. 불독소스의 기발행 주식을 전부 취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한다고 공고하였습니다. 스틸파트너스측은 불독소스가 제출한 의견 표명 보고서의 질문 사항 관련하여, ‘현재 불독소스를 스스로 경영할 뜻은 없다’고 하고, 투하자본의 회수 방침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불독소스 이사회는 2007. 6. 7. 본건 공개매수는 불독소스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불독소스의 이익 나아가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해 본건 공개매수에 반대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이어 2007. 6. 24. 개최된 불독소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본건 공개매수에 대한 대응책으로 특정 신주예약권 무상배정에 관한 사항을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 및 이것이 가결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신주예약권을 무상 배정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상정되었고, 두 안건 모두 출석 주주의 약 88.7%, 의결권 총수의 약 83.4% 찬성으로 가결되었습니다.
가결된 신주예약권 무상 배정(이하 ‘본건 무상배정’)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① 기준일의 최종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에 대하여 그 보유한 불독소스 주식 1주당 3개의 비율로 신주예약권을 배정합니다. ② 본건 신주예약권을 1개 행사할 때마다 보통주를 1주 교부합니다. ③ 이때의 납입금액은 1주당 1엔입니다. ④ 스틸파트너스와 그 특수관계인(“비적격자”)은 본건 신주예약권을 배정받으나 이를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⑤ 불독소스는 이사회가 정하는 날(본건 신주예약권 행사 가능 기간의 첫날보다 앞선 날)부터 본건 신주예약권을 취득할 수 있으며, 이때 불독소스가 비적격자로부터 이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본건 신주예약권 1개당 396엔을 지급합니다. 이러한 본건 무상배정 조건에 의하면 비적격자는 본건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불독소스에게 이를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스틸파트너스는 2007. 6. 13. 본건 무상배정이 주주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그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제1심결정(도쿄지방재판소 결정 2007. 6. 28. 최고재판소 민사 판례집 61권 5호 2243면), 원결정(도쿄고등재판소 결정 2007. 7. 9. 최고재판소 민사 판례집 2306면) 모두 스틸파트너스 측의 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스틸파트너스는 재항고하였으나 최고재판소는 재항고를 기각하였습니다.
(2) 본건 결정의 의의
최고재판소는 본건 신주예약권 무상배정을 ① 주주평등원칙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지, 또한 ② 불공정 발행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각각 필요성(기업 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지) 및 상당성(대항 조치가 상당한 범위 내라고 할 수 있는지)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사용하여 판단하고, 두 기준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 그 중지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 틀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①의 점에 관하여, 필요성의 요건(즉, 기업 가치 훼손이 있는지 여부)은 회사의 이익 귀속 주체인 주주 자신이 판단해야 할 사항인 바, 주주총회 절차가 적정성을 결여한 것이었다거나 판단의 전제가 된 사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거나 허위였다는 등 판단의 정당성을 상실시키는 중대한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 해당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총의결권 수의 약 88.7%의 찬성으로 해당 방어책의 도입·발동 의안이 가결된 이상 이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상당성의 요건 또한 해당 방어수단은 스틸파트너스가 자신의 보유 주식에 배정된 신주예약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나 공개매수 가격에 기초하여 산출된 대가로 불독소스가 이를 취득하여 줌으로서 일정한 금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이유로 역시 충족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위 ②의 점에 대해서도 최고재판소는 ①의 점과 관련하여 언급된 것과 유사한 이유로 본건 무상배정이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고 그에 따라 본건 무상배정의 금지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불독소스 사건에서의 최고재판소 결정은 인수 방어수단의 적법성을 필요성 및 상당성의 측면에서 판단한 것으로, 대체로 미국에서의 유노칼 사건 판결의 판단 틀을 따랐으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압도적 다수 주주가 인수방어책 도입·발동에 찬성한 점을 중시하고, 상당성에 대해서는 인수자인 스틸파트너스에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진 점을 중시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특히 후자의 점은 그린메일링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미국 등에서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2008년 6월 30일에 공표된 경제산업성·기업가치연구회의 보고서(「최근의 제 환경 변화를 고려한 인수방어책의 방향」)에서 인수방어책 발동 시 인수자에게 경제적 보상으로 금전을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제시되었습니다.
4. 경제산업성이 2023. 8. 31. 발표한 기업매수에서의 행동지침(Soft Law)
앞서 살펴본 일본방송 사건(2005년)과 불독소스 사건(2007년)은 각각 이사회에 의한 방어책의 적법성과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 발동한 대항조치의 적법성을 다룬 결정으로, 공통적으로 지배권 분쟁의 귀추는 원칙적으로 주주가 결정해야 한다는 기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후 2021, 2022년에 이러한 쟁점에 관하여 많은 중요한 결정이 나왔고, 이를 반영하여 경제산업성이 2023. 8. 31. 매수행동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1) 매수행동지침의 내용
매수행동지침의 원칙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①기업가치와 주주공동이익의 원칙; ②주주의사의 원칙; ③투명성의 원칙이 그것입니다. ②는 회사의 경영지배권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주주의 합리적인 의사에 의거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③은 매수자와 대상회사는 주주의 판단에 유익한 정보를 적절하고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②와 ③은 ①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라는 점에서 보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제1원칙의 ‘기업가치’는 정량적인 개념
여기서 제1원칙의 ‘기업가치’라는 것은 “회사의 재산, 수익력, 안정성, 효율성, 성장력 등 주주의 이익에 기여하는 회사의 속성 또는 그 정도를 의미하며, 개념적으로는 기업이 미래에 걸쳐 창출하는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의 총합”이라고 정의됩니다. 매수행동지침은 기업가치가 정량적인 개념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가치가 다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자의적인 이해에 따라 매수행동지침이 적용될 우려를 의식한 조치라고 합니다. 특히 매수행동지침은 “대상회사의 경영진은 측정하기 어려운 정성적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기업가치’의 개념을 모호하게 하거나 경영진이 자기 보전을 도모하는(경영진이 직원 고용 유지 등을 핑계로 자기 보전을 도모하는 경우도 포함)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지침 2.2.2.).
(3) 제1원칙과 제2원칙의 긴장관계 속에서 이사회가 취할 수 있는 대응조치의 허용한계
기업가치를 향상시키지 않지만 주주 공동의 이익을 향상시키는(주주에게 큰 대가가 지급되는) 인수제안이 제시된 경우 제2원칙을 준수하더라도 제1원칙의 실현으로 이어지지 않을 우려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대상회사의 이사회가 주주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그러한 인수제안에 대하여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그런데 매수행동지침은 원칙적으로 이사회가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즉 매수행동지침 별지3은 그와 같은 경우에 이사회의 단독 판단에 따른 대응조치의 도입 및 발동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반사회적 세력 등에 의한 인수시도나 대상회사나 일반 주주의 희생을 바탕으로 인수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인수시도 등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이사회의 대응조치는 명시적인 주주의 승인이 없더라도 합리적인 주주라면 당연히 찬성할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일종의 긴급피난적 행위로 허용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매수행동지침의 입장은 일본 판례의 태도와도 일치한다고 설명됩니다. 즉 이러한 매수행동지침의 입장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의 범위에 관하여 견해가 분분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방송 사건 결정 이후의 판례가 취해온 입장과 일치한다고 해석됩니다.
5. 시사점
일본은 2005년 이후 경영권 방어수단에 관한 법리가 축적되어 왔고, 경제산업성 등이 주축이 되어 장기간 연구하고 협의한 끝에 여러 Soft Law가 제정되었습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형성은 일본 M&A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됩니다. 최근 우리 법무부 역시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9년에 발표한 ‘공정한 M&A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지침’ 등을 참고하여 “기업 조직재편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의 제정방향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판례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Soft Law가 기업에게 실질적인 행위규범으로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연재>
- 미국의 이른바 MFW 기준(MFW 판결과 Match 판결)
- 이익충돌거래에 관한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 §144의 전면 개정
-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관련 판결
- Unocal 판결과 Blasius 판결
- 경영권 방어수단에 관한 일본의 판결 및 Soft Law
1 도쿄고등재판소 결정 2005. 3. 23. 판례시보 1899호 56면.
2 도쿄고등재판소가 일본방송 사건에서 한정적으로 예시한 4가지 유형은 주식의 적대적 매수자가 ① 진정으로 회사 경영에 참가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주가를 끌어올려 고액으로 주식을 회사관계자에게 인수하게 할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경우(이른바 greenmailer인 경우), ② 회사경영을 일시적으로 지배하여 당해 회사의 사업경영상 필요한 지적재산권, 노하우, 기업비밀정보, 주요 거래처 또는 고객 등을 당해 매수인이나 그 그룹회사 등으로 이양하게 하는 등, 이른바 초토화 경영을 할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경우, ③ 회사경영을 지배한 후에 당해 회사의 자산을 당해 매수인이나 그 그룹회사 등의 채무 담보 또는 변제 자원으로 유용할 예정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경우, ④ 회사경영을 일시적으로 지배하여 당해 회사의 사업에 당분간 관련이 없는 부동산, 유가증권 등 고액자산 등을 매각 등 처분하게 하고 그 처분이익으로 인한 일시적인 고배당을 하게 하거나 일시적 고배당에 의한 주가의 급상승 기회를 노려 주식의 고액 매도처분을 할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경우 등을 지칭합니다.
3 최고재판소 2007. 8. 7. 민사판례집 61권 5호 2215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