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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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판결의 해석
원고는 폐렴구균 백신으로 사용하기 위한 ‘13가 면역원성 조성물’1에 관한 특허발명의 권리자입니다. 피고는 국내에서 13가 면역원성 조성물의 개별 접합체 원액 및 러시아에서의 임상시험 등을 목적으로 한 시험용 백신을 제조하였고, 러시아의 제약회사는 피고가 만든 개별 접합체 원액을 수입하여 13가 면역원성 조성물 및 최종 백신을 제조하였습니다.
물건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실시권은 이른바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게 됩니다. 또한 특허권을 침해하는 물건에 해당하려면 이른바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 따라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각 구성요소와 그 구성요소 간의 유기적 결합관계가 그 물건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과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국내에서 주요 부품을 모두 생산한 뒤 해외에서 단순 조립만으로 완제품을 완성하거나, 국내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반제품을 생산한 뒤 해외에서 최종 완성하는 방법으로 특허법의 규율을 잠탈할 우려가 있게 됩니다. 이에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종전 대법원 2019다222782, 2019다222799(병합) 판결의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다만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과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판시하였습니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의 투입량, 혼합비율 등 혼합조건은 폐렴구균 백신으로 사용하기 위한 13가 면역원성 조성물을 구현하는 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해당 조성물을 제조하는 마지막 단계의 공정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행위는 국내에서의 실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물건 발명에 관한 특허의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 · 양도 · 대여 · 수출 등을 하는 행위는 특허권의 간접침해에 해당하게 됩니다(특허법 제127조 제1호). 그러나 대법원은 물건의 ‘생산’에서의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본 사건에서 간접침해의 성립도 부정하였습니다.
특허법이 특허권자에게만 독점적인 실시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새로운 발명을 할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발명을 보호 · 장려하기 위한 것입니다(특허법 제1조 참조). 그런데 특허권자 외의 제3자에게 해당 발명을 연구하는 것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발명을 확인 · 검증하고 더욱 개량된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게 되어 결과적으로 발명을 장려한다는 특허법의 목적이 훼손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특허법은 특허권의 효력은 연구 또는 시험을 하기 위한 특허발명의 실시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고가 러시아에서의 임상시험을 위한 목적 및 백신 제조기술이 러시아 제약회사에 제대로 이전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 하에 백신을 제조한 행위는 연구 또는 시험을 위하여 특허발명을 실시한 것이고 특허권자 등의 독점적 · 배타적 이익을 불합리하게 훼손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특허법 제96조에 따라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본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국내에서 주요 부품을 모두 생산한 뒤 해외에서 조립하여 완제품을 완성하거나, 국내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반제품을 생산한 뒤 해외에서 최종 완성하는 이른바 ‘역외 생산’ 행위가 일정한 요건 하에 예외적으로 특허권의 직접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한 대법원 2019다222782, 2019다222799 판결 이후 의약발명 분야의 구체적인 사안에서 위 법리에 의해 직접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 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특허권의 효력 제한 사유의 하나인 시험적 실시의 의미 및 범위에 관하여 확립된 판단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최초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 실무적 시사점
종전에 대법원 2019다222782, 2019다222799 판결에 의해 역외생산 행위가 일정한 요건 하에 예외적으로 특허권의 직접침해에 해당할 수 있게 되었으나, 본 판결은 이와 같은 예외 해당 여부에 관하여는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과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역외생산행위가 특허의 직접침해로 인정되는 경우는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특허권자로서는 PCT 제도를 활용하여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특허권을 확보하는 등의 전략적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연구 또는 시험 목적의 특허발명의 실시에 대해 특허권의 효력이 제한되는지와 관련하여서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특허권자 등의 독점적 · 배타적 이익을 불합리하게 훼손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가 그 판단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1 ‘면역원성’이란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하며, ‘면역원성 조성물’은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조성물로서, 통상 항원 및 필요에 따라 보조제(adjuvant) 등을 포함합니다. ‘13가’란 서로 다른 13종의 항원을 포함하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