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중간예납 철입니다. 지난 법인세 신고 때보다 1%씩 오른 세율로 세액을 계산해야 합니다. 투자·상생협력을 위한 환류의무 비율이 올랐으니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 부담도 늘었습니다. 통합고용세액공제도 바뀐 부분에 유의해야 합니다. 다른 한편 AI 관련 조세특혜가 늘어난 것이 있고 해외사업 구조조정으로 외국자회사 주식을 현물출자해서 생기는 양도차익은 올해 상반기 분부터 과세이연을 받을 수 있습니다[Tax News 4) 2026년 귀속 법인세 중간예납 신고분부터 적용되는 주요 개정세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마일리지 관련 부가가치세 판결이 7월에 또 하나 나왔습니다{Case Update [1] 판례 1) 대법원 2026. 7. 22. 선고 2025두34707 전원합의체 판결}. 결론부터 적자면 제3자적립 마일리지는 2017. 12. 31.까지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아니고 2018. 1. 1.부터는 과세대상이라는 판결입니다. 제3자적립 마일리지를 과세한다는 시행령은 2017. 4. 1.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한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마일리지 등으로…결제하는 경우…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을 과세한다”1는 법률은 2018. 1. 1.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대법원은 2017. 12. 31.까지는 시행령이 법률에 근거가 없으니 무효라서 과세를 못 하지만, 2018. 1. 1.부터는 근거법률이 있으니 시행령이 유효하고 따라서 과세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법률과 대통령령과의 관계를 다룬 행정해석도 하나 나왔습니다{Case Update [3] 유권해석 1)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1074, 2026. 7. 3.}. 어느 집 아들이 지배하는 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공동지배법인”)에 출자하고 있고 공동지배법인의 다른 주주는 아버지인 사실관계에서 공동지배법인이 아버지의 주식을 저가로 감자한다면 아들이 지배하는 법인으로 부가 이전됩니다. 상증세법은 이런 불균등 감자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거래”를 하는 경우 아들에게 증여세를 매깁니다.2 이 개정 규정은 2025. 3. 14.부터 시행되었는데, 늘 그렇듯 대통령령은 몇 달 뒤 2025. 5. 7.에야 나왔습니다. 그 사이에 있었던 불균등 감자거래는 과세대상일까요? 그렇다는 것이 재정경제부의 행정해석입니다.
시행령의 내용이 법률을 제대로 해석한 것이라면 구태여 법률의 위임이 없더라도 유효하고 당연 소급합니다. 이 문제에 관한 대법원 판결3은 대체로 모법의 위임이 없었던 경우를 다루고 있지만, 위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률 해석상 당연한 내용을 정한 것이라면 구태여 위임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4 앞의 재정경제부 해석의 사안처럼 법률이 정한 불균등감자에 딱 해당하는 거래라면 구태여 시행령을 기다릴 것도 없이 당연한 과세대상입니다. 한편 마일리지에 부가가치세를 매긴다는 대법원 판결 사안은 어떨까요? “불균등감자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거래”나 “대통령으로 정하는 마일리지 등…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이라는 글귀에서 법률과 시행령의 관계는 같습니다. 대법원은 모법의 위임규정이 시행되는 때부터 대통령령(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이 유효하다고 합니다. 불균등감자 사건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시행령에 들어간 내용이 법률 해석상 당연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상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의 내용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가 판시한 실체법적 판단과는 어긋나는 듯한 사안이니 대법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법률해석상 당연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리하여 대법원은 모법의 규정은 일정한 마일리지 거래를 과세하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을 법률에 들여온 것이라면서 그 뒤로는 시행령이 유효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시행령은 법률해석상 당연한 것은 아니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법률의 유보)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법률에 어긋나지만 않으면(법률의 우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는가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고민한 흔적은 잘 안 보이지만 종래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후자 쪽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세법에서는 법률의 구체적 위임이 없는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하였더라도 앞에서 보았듯 대법원은 이를 유효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5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여태껏 다른 나라도 대체로 비슷한 듯합니다. 미국 대법원이 보여온 Chevron deference(셰브런 예양)6가 대표적 예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뀝니다. 2024년 미국 대법원은 Loper 판결로7 Chevron deference를 뒤집었습니다. 법률의 해석은 법원의 전권이라는 것으로, 실무적 의미로서 법원은 언제나 행정부의 명령보다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8 이번 마일리지 판결은 일단 우리 대법원이 시행령에 대한 예양을 종전처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종래의 판례와 어긋나는, 그러니까 법률 해석상 당연하지 않은 내용을 담은 시행령도 위임명령의 형식을 띤 이상 유효하다고 받아준 것입니다. 행정부의 행정입법이 법원의 법률해석과 다르지만 그래도 존중한다는 말입니다.
실상 마일리지 관련 판결에서 시행령의 내용은 종래 대법원 판결과는 어긋나는 듯하지만 한 걸음 깊게 생각하면 대법원 판결에 드러나지 않은 다른 쟁점이 끼어 있어서 모법에 어긋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종래의 법해석을 입법부가 제치기로 결단했다고 적는 불편한 속내까지 드러낼 필요가 없었던 사안이지만 이 점은 Case Update 본문으로 미룹니다.
한편, 요양급여비용은 이후 건강보험공단에서 환수해 가더라도 환수액을 부가가치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습니다{Case Update [1] 판례 2)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두30111 판결}. 위법한 이득이 사후에 없어지는 경우 이미 걷은 세금은 돌려주어야 하는가를 묻는 사건입니다. 법인세 사건으로 치환하자면 벌금과 균형을 맞춘 것이지만 오히려 몰수·추징과 균형을 맞추어 경정청구를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여지도 있습니다.
1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3항 제6호.
2 상증세법 제45조의5 제1항 제3호의2.
3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누18320 판결; 1997. 6. 13. 선고 95누15476 판결; 2003. 5. 27. 선고 2001두5903 판결; 2005. 1. 28. 선고 2002도6931 판결; 2008. 2. 1. 선고 2004두1834 판결; 2020. 6. 18. 선고 2016두43411 전원합의체 판결.
4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두19570 판결. 시행령의 구체적 내용이 법률해석상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본 사안으로는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9두35695 전원합의체 판결 등.
5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4두8650 판결;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7두47403 판결.
6 연방 행정기관이 집행·관할하는 법률에 모호성이 있는 경우 법원이 그 법률에 대한 해당 행정기관의 해석을 존중해 온 법리를 의미한다. 이 법리는 Chevron USA Inc. v. Natural Resource Defense Council, 467 US 837 (1984) 판결에서 비롯되었다.
7 Loper Bright Enterprises v. Raimondo, 603 US 369 (2024).
8 대법관의 안정적 다수가 된 공화당 대법관들이 앞으로 혹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를 통제하겠다는 뜻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