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 IP그룹은 지식재산권 분야의 법령과 주요 판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세종 IP그룹에서는 2021년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 특허∙상표∙저작권법과 관련하여 법리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을 아래와 같이 선정하였고, 3회에 걸쳐 2021년 IP분야 주요 판결의 내용과 의의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2. 2. 22. 발행한 첫 번째 뉴스레터2022. 3. 8. 발행한 두 번째 뉴스레터를 통해 아래 1.항 내지 5.항 기재 판결에 대해 소개해 드린 것에 뒤이어, 이번에는 6.항 및 7.항 기재 판결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조약우선권 주장에 따라 특허요건 판단기준일이 우선권 주장일로 소급하는 발명의 범위 -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9후10265 판결
2. 화합물 선택발명(아픽사반)의 진보성 판단 기준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3. 확정된 각하심결이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는 선행 확정심결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21. 6. 3. 선고 2021후10077 판결
4.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 청구항의 권리범위 해석 -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후11059 판결
5. 무효심판절차에서 청구범위해석이 확정된 이후 ‘침해소송에서 권리범위를 제한 해석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21다217011 판결 및 같은 일자 선고 2021다217028 판결
6. 후출원 등록상표 사용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 성립 여부 -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53444 전원합의체 판결
7. 저작권 침해물 링크행위의 방조죄 성립 여부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상표] 

6. 후출원 등록상표 사용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 성립 여부에 관한 전원합의체 대법원 판결 –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53444 판결

■ 판시사항

• 후출원 등록상표 사용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 성립 여부: 상표권의 효력과 선출원주의, 타인의 권리와의 관계 등에 관한 상표법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상표법은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 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함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상표권자가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ㆍ등록된 타인의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등록받아(이하 '후출원 등록상표'라고 한다)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이를 선출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면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이 제한되어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 다른 지식재산권들에도 위 판단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의 경우 선발명, 선창작을 통해 산업에 기여한 대가로 이를 보호ㆍ장려하고자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상표권과 보호 취지는 달리하나, 모두 등록된 지식재산권으로서 상표권과 유사하게 취급ㆍ보호되고 있고, 각 법률의 규정, 체계, 취지로부터 상표법과 같이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 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한다는 기본원리가 도출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와 달리 후출원 등록상표를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후출원 등록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권 실시행위로서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에 사용하는 것은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86. 7. 8. 선고 86도277 판결, 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54434, 54441(병합)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본 판결의 해석

기존 대법원 판결은, 상표법에 상표권과 상표권이 서로 저촉되는 경우를 규율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 상표법에 의하여 등록된 상표는 그것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상표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후출원 등록상표를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후출원 등록상표권자의 유사 상표 사용행위는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대법원 1986. 7. 8. 선고 86도277 판결 등).

이에 따라 그동안 사실심에서는, 후출원 권리자가 침해금지청구 등을 제기 당했을 때 등록 권리 사용 항변을 할 경우, 기존 대법원 판시에 따라 권리 침해를 부정하기도 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상기 항변을 권리 남용으로 배척하고 권리 침해를 인정하기도 하는 등 그 판단이 일관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표법은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함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는데 이는 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면서, 후출원 등록상표권자가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라도 그 사용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경우라면, 상표권의 적극적 효력이 제한되어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여 기존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나아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표권뿐만 아니라,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전반에 선원 우위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선출원 권리와 저촉되는 후출원 권리의 적극적 효력은 선출원 권리와의 관계에서는 후출원 권리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인정되지 않아, 선출원 권리에 대한 침해가 성립됨이 명확해졌습니다. 다만 이는 선출원 권리자와의 관계에서 후출원 권리자의 실시, 사용 행위가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후출원 등록권리 자체에 대한 무효 판단과는 무관합니다.

한편, 대법원은 등록 상표권에 무효사유가 명백한 경우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상표등록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상표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상표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상표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상표등록의 무효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권에 기한 권리행사의 경우, 권리남용으로서 배척해 왔습니다(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저작권] 

7. 저작권 침해물 링크행위의 방조죄 성립 여부에 관한 전원합의체 대법원 판결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판결

■ 판시사항

• 침해 게시물 업로드로 인한 공중송신권 침해 행위가 방조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정범이 침해 게시물을 인터넷 웹사이트 서버 등에 업로드하여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면, 공중에게 침해 게시물을 실제로 송신하지 않더라도 공중송신권 침해는 기수에 이른다. 그런데 정범이 침해 게시물을 서버에서 삭제하는 등으로 게시를 철회하지 않으면 이를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는 가벌적인 위법행위가 계속 반복되고 있어 공중송신권 침해의 범죄행위가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정범의 범죄행위는 방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링크 행위자의 방조범 성립 여부: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ㆍ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 이러한 링크 행위는 정범의 범죄행위가 종료되기 전 단계에서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기회를 현실적으로 증대함으로써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고 공중송신권이라는 법익의 침해를 강화ㆍ증대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링크 행위자에게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

• 엄격한 증명의 요구: 불법성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은 적어도 공중송신권 침해 게시물임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검사는 링크를 한 행위자가 링크 대상인 게시물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게시물 등으로서 불법성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을 엄격하게 증명하여야 한다.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하였을 때 정범의 공중송신권 침해에 대한 방조행위가 성립하려면, 링크 행위가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공중송신권 침해의 기회를 현실적으로 증대시켜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본 판결의 해석

인터넷상에는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영화, 드라마 등 저작물을 전송하는 침해 게시물은 물론, 위 침해 게시물로 연결되는 링크를 공중에게 제공하면서 배너 광고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 이른바 ‘다시보기’ 사이트가 다수 존재합니다. 이 같은 ‘다시보기’ 사이트의 콘텐츠 조회수가 정식 사이트가 제공하는 콘텐츠 조회수를 크게 상회하는 일이 발생할 정도로 콘텐츠 창작자들은 ‘다시보기’ 사이트로 인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어 왔습니다. 이는 창작자들의 수익을 감소시켜 창작 동기를 떨어뜨리고, 결국 문화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바, 이러한 저작권 침해물의 링크 행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대법원은 기존에 ‘링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본 사안의 경우도 피고인이 저작권 침해물을 공중송신하는 사이트에 링크를 하는 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원심이 기존 판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자, 대법원에 상고된 사건입니다. 

본 사건은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되었는데,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여 공중송신권 침해 게시물이 서버에 계속 존재하는 한 공중송신권 침해의 범죄행위는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정범의 범죄행위는 방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다시보기’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링크가 없었다면 침해 게시물을 발견하지 못하였을 공중의 구성원도 침해 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링크 행위로 인하여 정범의 실행행위가 용이하게 되고 공중송신권이라는 법익의 침해가 강화∙증대되었다고 보아 링크 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링크 행위에 대해 방조 책임을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링크는 인터넷 공간의 정보를 연결하고 공유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링크를 자유롭게 허용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데, 방조 책임을 쉽게 인정할 경우 자칫 시민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링크 설정을 통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는 일상적인 인터넷 이용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 판결을 통하여 변경된 대법원의 판단을 정리하면, 링크 행위자가 ①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②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본 판결은 링크 행위에 대해 저작권침해의 방조범 성립 가능성을 인정하였다는 데 일차적인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방조범 성립을 위해서는 고의에 관한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고, 영리성∙계속성과 같은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하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로써 ‘다시보기’ 사이트로 인한 저작권침해 피해가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현재 위원회 심사 중인 저작권법 전부개정 법률안(의안번호: 2107440)은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복제물임을 알면서 공중이 그 복제물에 접근하는 것을 쉽게 하기 위해 그 복제물로의 연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행위, 이와 같은 연결 정보를 위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 등에 제공하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 행위로 본다’는 규정(개정안 제184조 제1항 제4호, 제5호)과 ‘영리목적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을 공중송신의 방법으로 침해하는 행위를 방조한 자는 직접 침해행위를 한 자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종범으로 처벌한다’는 규정(개정안 제205조 제3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 법률안이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본 판결과 저작권법 처벌 규정 간의 관계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