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의 의의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와 관련하여 주고받은 정보 및 문서 등을 비밀로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현행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 또는 변호사이었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변호사에게 포괄적인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의뢰인의 비밀유지권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및 유럽연합(EU) 등은 의뢰인에 대해서도 ACP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ACP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ACP 제도를 살펴보면, 미국은 구두 대화에 한정하지 않고, 서면 문서,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 비밀유지특권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비밀유지특권은 의뢰인에게 귀속되며, 의뢰인은 소송 등에서 증거개시(discovery), 증언(deposition), 소환장(subpoena)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비밀유지특권은 의뢰인이 범죄 또는 사기 행위를 실행 또는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률자문을 구한 경우, 비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제3자가 동석한 경우 등에는 적용이 제한되거나 배제될 수 있습니다.
2. ACP 도입을 위한 변호사법 개정 논의 진행 경과
가. 논의 배경
ACP 제도의 도입은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왔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대선공약 중 하나로 ‘변호사의 공공성 강화 – 변호사 비밀유지권 법제화’를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최근 2025. 11. 13. 발표된 한미 공동 설명자료(Joint Fact Sheet)에서, 우리 정부는 ‘경쟁 관련 절차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의 인정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절차적 공정성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1’하였기 때문에 ACP의 도입은 이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경과
이러한 배경 하에서, ACP 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일부개정안이 2025. 12. 18.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위 개정안에는 (ⅰ) 변호사와 의뢰인 또는 의뢰인이 되려는 자는 그 사이에서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에 관한 조력을 제공하거나 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비밀인 의사교환 내용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고, (ⅱ)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하여 소송, 수사 또는 조사를 위하여 작성한 서류나 자료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으나, (ⅲ) 변호사가 의뢰인 등과 공범관계에 있거나 의뢰인 등의 증거인멸, 범인은닉, 장물취득 등 범죄 기타 위법행위에 관여하거나, 의뢰인 등이 의사교환 내용 또는 서류나 자료를 위법행위에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한 경우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의사교환 내용 또는 서류나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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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 일부개정안 제26조의2(비밀유지권 등) ① 변호사와 의뢰인 또는 의뢰인이 되려는 자(이하 이 조에서 “의뢰인등”이라 한다)는 그 사이에서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에 관한 조력을 제공하거나 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비밀인 의사교환 내용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변호사와 의뢰인은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하여 소송, 수사 또는 조사를 위하여 작성한 서류나 자료(전자적 형태로 작성∙관리되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의사교환 내용 또는 제2항에 따른 서류나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
<부칙> |
전체회의를 통과한 위 대안은 특히 ‘증거능력의 배제’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는 미국의 ACP 제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고, 향후에도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은 현재 형사·민사 소송은 물론, 행정조사 절차에도 ACP가 인정되는 의사소통과 문서 및 자료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ACP가 인정되는 자료에 대하여 증거능력이 배제되지 않는다면, 이는 사실상 ACP를 무력화시키는 요소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법무부의 수정의견
한편, 위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기까지,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는 다각도의 검토가 이루어졌습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이건태, 김병기, 서영교, 김용민 의원이 ACP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 대표 발의하였는데, 위 일부법률개정안2은 2025. 12. 5.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이후 법무부는 2025. 12. 12. 소위원회 회의에서 구체적인 수정의견을 제시하였고, 소위원회는 법무부의 수정의견을 심의하여 소위원회 차원의 대안을 마련한 후 전체회의에 상정하였습니다.
| 제26조의2 | 법무부 수정의견 | 제1소위원회 대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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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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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로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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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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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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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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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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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향후 일정
위 대안은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표결에 부쳐질 것입니다. 만약, 위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국무회의 심의 및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법률로 공포되고, 부칙에 따라 일정 유예기간 경과 뒤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4. 결론
변호사법의 개정으로 ACP제도가 법제화되면, 법률상 권리로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스러운 의사교환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기업 등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변호사 직무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제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다만, ACP는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향후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예외 사유 등은 하위 규정 및 판례를 통해 법리를 정립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기업과 개인은 ACP에 따른 보호를 받기 위해 법률관련 문서 작성 목적을 명확히 하고, 관련 문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내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1 The Republic of Korea commits to provide additional procedural fairness provisions in competition proceedings, including the recognition of attorney-client privilege.
2 4건의 각 일부개정법률안은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을 법률에 명시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목적을 가졌으나,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 보호 대상의 범위, 예외사유, 증거능력, 조문 형식 등 세부 사항에서는 차이가 존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