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듣는 말로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합니다. 옐리네크라는 독일 법학자가 했던 말입니다. 꼭 그럴까요? 군사독재 시절에는 우리나라의 법은 악법과 불법뿐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때로는 어쩌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내용이 지금도 법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 법을 부도덕하다고 부를 수 있는가는 다시 도덕이라는 말의 뜻으로 돌아갑니다. 서양말에서는 권리, 법, 옳음, 이런 말들은 같은 단어이거나 뒤섞이는 개념입니다. 라틴어로 ius, 요사이 말로 rights, Rechts, droit, 이러한 개념을 아시아 각국이 들여오던 당시에는 이로울 리(利)가 들어간 권리라는 번역과 옳을 의(義)가 들어간 권의라는 번역이 경쟁했습니다.

우리 사법(司法)체계는, 법령과는 내포와 외연이 다른 규범체계가 있다고 전제합니다. 이를 사회질서라고 부르고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를 다시 위법하다고 부르기도 하면서, 아무튼 거기에 법률효과를 줍니다. 일반인도 상식으로 알듯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계약으로 주고받은 ‘불법’원인급여는 계약이 무효인데도 되돌려 받지 못합니다.

세법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계약으로 돈을 버느라(이렇게 버는 돈을 ‘위법’소득이라고 부릅니다) 지출한 돈은 필요경비로 공제받을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 공제받을 수 있지만, 그런 비용의 지출 자체가 위법하다면 공제받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기본 입장입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6164 판결 등). 대법원 2025두36013 판결은 이 점을 다시 확인합니다{“Case Update” [1] 1) 대법원 2025두36013 판결}. 자사 소속이 아니고 다른 보험회사 소속인 설계사에게 모집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업법 위반이며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로서 손금불산입한다는 것입니다. 법률 위반은 아닌데도 사회질서 위반이라고 보면서 손금불산입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두7608 판결). 

다른 한편, 법률에 어긋난다고 해서 꼭 사회질서 위반은 아닙니다. 관련 법령에 어긋나는 행위를 단속규정 위반일 뿐이라며 제재는 별론으로 하고 사법상 효과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와 달리 효력규정 위반으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면 돈을 아직 안 준 단계에서는 애초 줄 의무 자체가 없어지니 순자산감소가 없고 애초 필요경비 공제를 주장할 여지가 없습니다. 불법원인급여라서 못 돌려받는 돈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순자산감소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손금불산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호의 대법원 2025두36013 판결은 “사법상 유효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사회질서 위반에 해당하므로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합니다. ‘별론’으로라고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계약 유·무효의 판단기준을 ‘사회질서’라고 부르는 이상, 세법에서도 필요경비로 못 떤다고 일응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급한 돈이 단순한 단속규정 위반이라면 떨 수 있을까요? 법을 어기기는 했지만 사회질서 위반까지 간 것은 아니니 필요경비로 떨 수 있는 것일까요? 

지난 4월호에서 보았듯 헌법재판소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은 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은 사회적 연대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은 같은 부담금을 필요경비로 떨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회질서 위반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남의 것을 뺏으면 안 된다고, 당연한 도덕적 의무나 사회질서를 어기는 것이라고 누구나(아마도 누구나) 생각하겠지요. 적극적으로 남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어떤가요? 안 도와주면 사회질서 위반일까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뒤 개정 법은 “의무 위반에 따르는 제재”로 내는 부담금을 손금불산입한다는 옛 법의 글귀에서 “제재”라는 낱말을 빼었습니다. 그러니 현행 법에서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은 필요경비로 못 떤다는 것이 이번 호에 다루는 행정해석입니다{“Case Update” [3] 1) 재정경제부 법인세제과-415, 2026. 5. 29.}. 과연 그런가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단대로 사회질서 위반이 아니라고 전제한다면 현행 법에서도 손금산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법을 어기기는 했지만 사회질서 위반까지 간 것은 아니니 필요경비로 떨 수 있지 않을까요?  

세법이란 결국은 나랏살림에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를 정한 규범입니다. 남을 해치고 벌금 100만 원을 내는 것과 남을 직접 돕는 대신 100만 원을 내는 것은 같다고 보아야 할까요, 다르다고 보아야 할까요. 세법이란 무엇을 빌미로 누구에게 어떻게 돈을 분담시킬까 따지는 것입니다. 일단은 국민의 대표를 뽑아서 법률로 정하지만 세법에서도 사회질서나 도덕이라는 규범이 법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은 다른 분야의 법과 마찬가지입니다. 법관이 각자 제 멋대로 판단해도 좋다는 말은 아닐테니까요.

그밖에 이번 호에서 다루는 2025두34763 판결은 채무의 출자전환에 부수되는 채무면제익은 익금이라는 판시입니다{“Case Update” [1] 2)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두34763 판결}. 2022두38199 판결은 비영리법인이 배당소득을 받는 경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손금산입과 법인세 2중과세를 배제하는 익금불산입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합니다{“Case Update” [1] 3) 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2두38199 판결}. 2025두32321 판결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나오는 용어의 뜻은 관련 법령 전체의 체계 속에서 풀이해야 한다고 밝힙니다{“Case Update” [1] 4)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두32321 판결}. 세 판결 모두 체계적 해석의 전형적 보기입니다. 전심결정례로는 위법한 세무조사로 얻은 자료로 거래상대방을 과세할 수 없다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습니다{“Case Update” [2] 2) 조심 2025구3368, 2026. 4. 20.}.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세법영역에 들여오는 셈이지만, 사안의 중요성에 미루어 볼 때 대법원의 판단 기회를 아예 제치면서 조세심판원이 그리 결정할 수 있는가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아무튼 납세의무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결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