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 재정확장으로 금리는 안 떨어질 것입니다. 가히 조공이라 부를만한 세계의 신질서에서는 국내금리가 올라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주식시장은 양극화 속에서 실물의 뒷받침이 없는 분야까지 활황이니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무행정은 강화될 것입니다. 자본이탈의 염려가 있으니 세법을 고쳐서 법인세나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하지는 못할 테니 재정적자 대책은 그뿐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은 법을 고쳐서라도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어지러이 춤추는 한국정치의 판세를 마저 읽어야 합니다.

이번 창간호에 실린 판례와 결정례들은 과세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 범위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과세처분이란 추상적인 의심이나 형식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해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입니다. 법의 지배가 살아 숨쉰다는 점에서, 저 어떤 나라보다는 우리나라가 훨씬 낫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입니다.

대법원은 특수관계인이 법인에 무상으로 꾸어 준 대여금에 대한 이자상당액을 주주에 대한 증여로 과세하자면 대여금 채권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었습니다. 주주 증여세의 전제가 되는 대여금 채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이미 없어졌다면 그 이후에는 이른바 ‘특정법인의 이익’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Case Update” [1] 1) 대법원 2025두34494 판결). 사법상 권리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을 제치고 허투루 과세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리를 새삼 밝힌 것입니다.

다른 한편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직전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주식을 이전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2심판결을 뒤집고 국세청의 상고를 받아들였습니다 (“Case Update” [1] 2) 대법원 2025두34044 판결). 가장행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질과 괴리된 비합리적 조세회피행위는 부인할 수 있다는, 이제는 확립된 이론의 설시입니다. 주목할 점으로 대법원은 거래 시점과 장소, 가액 산정의 경위, 경제적 합리성의 존부, 주식에 대한 실질적 지배와 권리행사 귀속 등 구체적 사실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실질과세란 막연한 의심이 아니라 면밀한 사실인정에 터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국제조세 영역에서는, 특정외국법인 배당간주와 관련하여 동일 국가에 소재한 외국법인 사이라 하더라도 공통의 지배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구조라면 특수관계가 성립할 수 있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는 형식적으로 동일 관할권 내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배당간주 규정의 적용을 피하기 어렵고, 지배연쇄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실질이 과세요건 판단의 중심에 놓여야 함을 다시 확인한 판결로 볼 수 있습니다(“Case Update” [1] 3) 대법원 2023두38295 판결).

조세심판원에서는, 사전통지를 생략한 세무조사와 이에 근거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결정이 있었습니다(“Case Update” [2] 2) 조심 2025중1805). 이 결정은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합니다. 공시 등을 통해 이미 사실관계가 외부에 드러난 사안이라면 증거인멸 우려가 애초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사전통지를 생략하고 벌인 조사에 기초한 과세는 절차적 하자가 있어 취소한다는 취지입니다.

그 외에도 이번 호에는 조세감면결정 이후 외국투자가가 추가로 취득한 지분에서 생기는 배당금은 조세특례제한법상 감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대법원 판결(“Case Update” [1] 4) 대법원 2022두31112 판결), 회사의 분할·합병 과정에서 부동산 취득이 무상취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조세심판원 결정(“Case Update” [2] 1) 조심 2025지0634 결정), 그리고 중소기업 유예기간 적용과 관련된 최신 유권해석(“Case Update” [3])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조세감면이나 특례, 과세유형의 판단이 정책적 목적이나 결과 중심의 해석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감면결정의 범위, 지배구조 개편의 법적 성격,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의 충족 여부에 따라 구체적으로 한정되어야 함을 공통적으로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호의 사례들은 서로 다른 영역에 걸쳐 있으나, 과세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법상 권리관계의 존속,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 세무조사 절차의 적법성이라는 전제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세 리스크 관리의 시작은 문서화이지만 한 걸음 나아가 권리관계에 실질을 갖추어야 하고,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법의 잣대로 늘 살펴야 합니다.